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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이와 깊이

잘못된 방향을 비추는 거울



젠더를 인식론으로 접근하면, 젠더는 '여성 문제(question)'가 아니라 '남성 문제(problem)'가 될 것이다. 이제까지 백인 남성이 써 온 모든 역사는 학습과 숭배가 아니라 비판과 문제 제기의 대상이 될 것이다. 모든 주류의 상징으로서 '남성'은 인식 주체에서 인식 대상으로 강등되고, 그들의 경험과 언어는 기원, 본질, 보편자의 지위를 잃고 특수화, 사소화, 타자화될 것이다. 여성보다 두 배 많은 노동을 하면서도 2분의 1의 임금을 받을 것이며, 여성들의 섹스 상대로 사고 팔리며 죽임을 당할 것이다. 집에서 두들겨 맞고 전시나 평시에 수시로 집단 강간당할 것이다. 놀라지 말자. 이는 그 누구도 바라는 세상이 아니고, 실현 불가능한 '공상 과학'이다. 단지, 젠더가 이슈가 아니라 인식론으로 인식되어 혁명의 '이론적 지침'이 될 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지를 잠시 상상해본 것이다.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p.14) 중에서-

미러링. 잘못된 행동을 하는 상대방과 똑같은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그 잘못을 깨닫게하는 방식. 최근 문제가 된 남아에 대한 부적절한 표현물을 게시한 (한때) 기간제 유치원 교사가 자신의 행동의 변을 얘기하면서 언급했던 것이 '미러링'이었다. 

우선, 그녀말대로 다른 목적은 없었고, '미러링'의 목적만 있었다고 전제해보자(물론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안이 심각한만큼 정신과 전문의의 검증이 꼭! 필요하다). 언제나 주체였던 남성을 대상으로 강등했을 때 어떤 느낌인지 알리려 했다면 이는 분명히 실패했다. 실패한 정도가 아니라 이는 애초에 전혀 여성주의적인 행동이 아니다. 이 사건에는 남성과 여성 이외에 '아동'이 가운데 끼어있다. 여자의 말대로, 어린 여자아이에 대해 비정상적인 성애를 느끼는 남자의 잘못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다면, 그 전에 소아성애범죄의 심각성과 폭력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 건 큰 실수다. 어린여자(남자)아이에서 '어린아이'를 간과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증오하는 남성성을 조롱하기 위해 큰 범죄를 저질렀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남성과 어린여자아이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성은 둘 다 당연히 잘못됐고, 겹치는 부분이 있다곤 하지만 절대 그 범죄성이 동일하거나 유사하진 않다. 그 둘을 묶으려면 소아 역시 대상화해야 하는데 다들 알다시피 이는 정말로 심각한 범죄다. 그녀는  남자'아이'를 대상화했다. 이 역시 끔찍한 소아성애범죄의 발단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의 가벼운 표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느 연약한 개구리에겐 폭력무기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다양하고 세밀한 관점을 가져야 하는 여성주의와도 맞닿은 부분이 있다. 웃자고 던진 말에 누군가가 죽자고 덤빌 때 우리는 보통 그 누군가에게 '오바'하지 말라고, '진지'빨지 말라고 오히려 그를 꾸짖곤 하지만, 그들에게 실제로 그 말이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때 기간제교사였던 그녀가 올린 게시물로 인해 어린여자아이를 부적절한 대상으로 여기는 남성들이 진정 자신의 잘못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 게시물에 상처 입은 사람은 수많은 기간제교사(대부분의 언론에서 이 사건을 다룰 때 게시물을 올린 사람을 이미 기간제 교사로 규정했다), 유치원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 진짜 여성주의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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